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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변동성 6) 업계 동향과 학술적 배경

변동성 곡면 피팅 분야의 업계 동향과 학술적 배경을 개관합니다. SVI/SSVI 의 위치, 실무에서의 한계, 그리고 본 시리즈에서 소개할 방법이 어디에 자리하는지를 짚어 봅니다.

(옵션 변동성 6) 업계 동향과 학술적 배경

이전 글: 변동성 곡면에서 arbitrage-free 의 다른 표현

이 글은 금융수학 시리즈의 글입니다.

TL;DR

변동성 곡면 피팅의 학술적 표준은 Gatheral 의 SVI / SSVI 이고, 실무 표준은 각 하우스의 in-house 모델 또는 Vola Dynamics 입니다. 옛 표준이었던 Orc Wing 은 listed equity 에서는 자리를 내줬지만 crypto 옵션 마켓메이커 사이에서 다시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채권평가사와 Markit 의 vol 을 재무 마감용으로 받고 일중 평가에는 별도 in-house 모델을 운용하는 dual stack 형태입니다.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SVI/SSVI 를 다루기 전에, 변동성 곡면 피팅 분야의 현재 모습을 한번 짚고 가려고 합니다. 학계 표준은 어디까지 와 있고, 실무 표준은 어떤지, 둘 사이의 간극은 어디에 있는지를 정리하고, 마지막에 다음 글들에서 소개할 방법이 어디쯤에 자리하는지 가볍게 언급하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학계 — SVI / SSVI

이 분야에서 학술적으로 가장 잘 정립된 것은 SVI (Stochastic Volatility Inspired) 와 그 표면 버전인 SSVI (Surface SVI) 입니다. SVI 는 원래 1999년 Merrill Lynch 사내 모델이었고, Jim Gatheral 이 2004년 Global Derivatives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뒤 그의 2006년 저서 The Volatility Surface1 를 통해 대중화되었습니다. 이어 Gatheral 과 Antoine Jacquier 가 발표한 SSVI2닫힌 형태로 calendar arbitrage 와 butterfly arbitrage 를 동시에 막는 충분조건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큰 논문입니다.

약점

그런데 실무에서는 SVI 도, SSVI 도 표준이 되지 못한 이유가 있습니다. 두 방법 모두 분명한 약점을 가지고 있어서인데요, 가볍게 짚고 가겠습니다.

먼저 SVI 는 vol 곡면 전체가 아니라 각 슬라이스 (한 만기) 를 따로따로 피팅합니다. 슬라이스마다 5개 파라미터를 자유롭게 쓰기 때문에, 한 슬라이스 내부의 피팅 자체는 질이 꽤 좋습니다. 문제는 calendar arbitrage 입니다. 슬라이스가 서로 독립이다 보니 인접 만기 사이에 calendar arb 이 끼어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원 논문에서 제공되는 SVI 의 calendar-arbitrage-free 조건은 4차 방정식의 해 형태로 표현됩니다. constraint 로 쓰기에는 너무 복잡해서, 수치 최적화 단계에서 이 조건을 바로 사용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SSVI 는 SVI 가 가진 이 문제를 다른 방향에서 풉니다. 곡면 전체를 한 번에 피팅하는, 일종의 variable reduction 형태이지요. SVI 가 슬라이스마다 가지고 있던 변수 하나를 ATM total variance 의 함수 $\varphi(\theta)$ 로 대체해, 결과적으로는 함수 하나 + 파라미터 두 개 (어떻게 보면 파라미터 세 개) 로 전체 곡면을 표현합니다. 이 방식의 획기적인 점은 그렇게 줄인 자유도 위에서 calendar 와 butterfly 를 둘 다 깔끔하게 제거하는 충분조건이 닫힌 형태로 떨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무차익을 보장하기 위한 대가는 분명합니다. 자유도가 너무 줄어든 탓에 피팅의 질이 떨어집니다. 특히 단기 만기에서 그렇습니다.

제가 쓰는 방식

이 부분은 다른 글에서 자세히 풀어 드리겠지만, 결론만 미리 말씀드리면 제가 쓰는 방법은 SSVI 를 SVI 처럼 쓰는 것 입니다. 곡면 전체를 하나의 SSVI 로 묶지 않고, 각 슬라이스마다 SSVI 형태의 곡선을 따로 피팅합니다.

이렇게 하면 butterfly 조건은 SSVI 의 닫힌 형태 충분조건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어 깔끔하게 잡힙니다. 동시에 슬라이스마다 최소 3개 이상의 파라미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고 (함수형에 파라미터를 더 끼워 넣어 자유도를 늘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피팅 품질도 보장됩니다.

남는 문제는 calendar 입니다. SSVI 가 가진 calendar-free 충분조건은 “한 SSVI 곡면 안에서” 의 조건이지, “여러 개의 SSVI 슬라이스를 이어 붙였을 때” 의 조건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우리는 그런 닫힌 형태 조건이 굳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앞 글 에서 본 것처럼 calendar 조건은 그 자체로 단순합니다:

\[\partial_t\, \omega(y, t) \geq 0\]

이걸 다루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단기 만기부터 차례대로 피팅하면서 이전 슬라이스를 constraint 로 거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페널티 메소드 입니다. 페널티 메소드는 조건을 엄밀히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빠른 속도를 보장하지요. 마켓메이커 입장에서는 만약 페널티 방식으로 풀고 나서 calendar 가 일부 깨졌다면, 해당 구간의 호가 스프레드를 넓혀 두고 다음 사이클에서 buffer 를 더한 채로 다시 최적화하는 식으로 운영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른 확장들

어떻게 보면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한가 봅니다. 저는 이 방식을 2012년 채권 평가사에서 일할 때부터 써왔는데요, 제 방식은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실무적인 휴리스틱에 가깝지요.

같은 결을 가지면서도 학술적으로도 잘 정리되어 있는 방식이 있습니다. eSSVI (extended SSVI) 입니다. Hendriks & Martini (2017)3 가 제안한 확장으로, 원래 SSVI 가 표면 전체에 대해 단 하나의 $\rho$ 를 쓰던 것을 만기별로 $\rho(T)$ 를 따로 두는 형태로 풀어 줍니다. 자유도가 늘어나니 슬라이스별 피팅 품질도 올라가지요. 이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그럼 만기별로 다른 $\rho$ 를 쓰면 슬라이스 사이에 calendar 가 깨지지 않을까?” 인데요, eSSVI 의 핵심 기여 중 하나가 바로 인접한 두 슬라이스 사이의 calendar-spread arbitrage 부재 조건을 명시적으로 정리해 두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각 슬라이스별로 하나의 파라미터가 추가되는 것이라, 피팅 품질 측면에서 드라마틱한 개선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후 하나의 SVI 슬라이스에 대한 butterfly-arbitrage-free 조건 자체를 깔끔하게 닫아 둔 결과도 나왔습니다. Martini & Mingone (2020/2021)4SVI 파라미터 위에서 butterfly-arbitrage-free 영역을 단순한 부등식 조건들로 특성화해 놓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장단점 부분에서 제가 쓰는 방법과 대동소이해 보입니다.

실무 표준 — In-house 모델 혹은 Vola Dynamics

학계 표준이 SVI/SSVI 라면, 실무 표준은 각 하우스의 in-house 모델, 또는 third-party 라이브러리인 Vola Dynamics 둘 중 하나라고 보면 됩니다. 큰 prop shop 이나 sell-side 데스크는 대부분 자체 곡선과 SLV/SLVJ 를 사내에서 직접 굴리고, 그 정도 규모가 아닌 곳은 Vola 라이선스를 사서 씁니다. 다만 이 in-house 모델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지는 회사별로 외부에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 EU 은행 옵션 trader 의 Reddit AMA5 에서 같은 질문을 받자 “Most of the trading systems are proprietary. Volatility model is proprietary (but it’s very similar from one bank to another)” 라고 답한 적이 있는데요, 여기서 proprietary 는 외주를 줬다는 뜻이 아니라 각 회사가 사내에서 자체 개발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비공개 모델 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거래 시스템도, vol 모델도 다 사내 개발 비공개 모델인데, 정작 그 내용은 회사들 사이에서 서로 거의 비슷하다” 는 얘기지요. 외부에서 알 수 있는 풍경은 이 정도가 거의 전부에 가깝습니다.

Vola Dynamics 는 2016년 뉴욕에서 Timothy Klassen, Jiri Hoogland, Misha Fomytskyi 세 명이 창업한 회사입니다. Klassen 은 시카고 대학 박사 출신으로, 2003년 Goldman Sachs 시절 현행 VIX 인덱스의 설계를 맡았던 이력이 있고, 이후 GETCO Head of Options Quant 를 거쳐 Vola 를 차렸습니다6.

Vola 가 SVI/SSVI 대비 가지는 차별점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W-shape 곡면을 그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SPX, AAPL, AMZN 같은 종목의 earnings 전후를 떠올리면, ATM 부근에서 vol curve 가 음의 곡률 (W 모양) 을 갖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 SVI (5 파라미터), SSVI (3), SABR (3) 같은 “표준” 모델은 원리적으로 이 모양을 그리지 못합니다. Klassen 본인이 Wilmott 매거진에 쓴 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7:

“None of the curves discussed in the public domain (SABR, SVI, SSVI, two parabolic or cubic polynomials joined at-the-money, etc.) can actually fit vol skews of liquid underliers/terms, like SPX, SPY, E-mini futures, QQQ, AAPL, AMZN, etc., in a bias-free manner.”

라이선스 비용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Reddit r/quant 의 실무자 코멘트로는 base 구성 기준 월 $25–30k 수준8 에서 협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종목별 과금이 아니라 풀 단위 라이선스 (index 또는 listed options 전체) 로 보이지만, 정확한 기준은 공개된 바가 없습니다.

Orc Wing — 한 시대의 표준

SVI 와 Vola 이전에 옵션 마켓메이커들이 사실상 표준처럼 쓰던 모델은 Orc Wing 입니다. 1987년 스톡홀름에서 설립된 Orc Software 의 Orc Trader 플랫폼에 내장되어 있던 곡선이었지요.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까지 Optiver, IMC 등 네덜란드·스칸디나비아 계열 옵션 마켓메이커들이 거의 다 Orc 를 깔고 거래했고, 그 결과 listed equity options 시장에서 Wing model 은 사실상의 de facto skew parameterization 이 되었습니다.

Wing 의 특징을 한 줄로 정리하면, trader 가 직관적으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파라미터를 제공하지만, 닫힌 형태의 무차익 보장 공식은 없다 는 것입니다. 캘리브레이션 단계에서 Durrleman 의 $g(k) \geq 0$ (앞 글 의 그 $g$ 함수입니다) 을 strike grid 위에서 체크해 위반 시 페널티를 더하는 방식으로 다루지요. 즉 무차익을 수학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페널티로 밀어내는 방식이라, fit 이 잘 안 되면 wing 끝단이나 smoothing 영역에서 butterfly arbitrage 가 슬며시 끼어들 수 있습니다.

회사 자체의 손바뀜 이력은 따로 짚어 볼 만합니다. 2012년 Nordic Capital 이 Orc 를 공개매수해 분할했고, 2015년 CameronTec 과 합병해 Itiviti 가 됐다가, 2021년 Broadridge Financial Solutions 가 약 $2.5B 에 Itiviti 전체를 인수했습니다9. Orc Trader 제품은 현재 Broadridge 의 Trading and Connectivity Solutions 라인 안에 살아 있지요. 신규 채택은 줄었지만 흥미롭게도 crypto 옵션 마켓메이커들이 “구하기 쉽고 직관적인 모델” 을 찾다가 다시 Wing 을 쓰고 있다는 얘기가 종종 들립니다10.

한국 표준

한국 시장은 결이 좀 다릅니다. 큰 그림으로 보면 변동성 곡면을 어디서 받아오느냐에 따라 채권평가사의 vol 또는 Markit (현 S&P Global) 의 vol 둘 중 하나로 나뉩니다.

채권평가사는 보통 SABR 같은 stochastic volatility 계열 모델로 피팅해서 곡면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무 손익을 산출할 때는 Markit 이나 채평사 vol 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고, 최근에는 대부분 Markit 쪽으로 넘어가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장중 호가나 재무 마감 사이의 일중 평가에는 별도의 in-house 모델을 함께 운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한국에서 vol surface 는 “재무 마감용 (외부 third-party) + 일중 운영용 (in-house)” 식의 dual stack 으로 굴러간다고 보시면 큰 틀에서 맞습니다.

본 시리즈가 자리하는 곳

저 또한 실무에서 위 모델들과 그 변형을 두루 다루며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 왔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우선 학술적 표준인 SVI/SSVI 를 정리하고, 거기서 나타나는 실무적 한계를 짚어 본 뒤, 제가 실제로 사용하는 변형 방법을 단계적으로 풀어 보려고 합니다. 위에서 정리한 분류로 말씀드리면 학계 SSVI 와 prop shop in-house 사이의 어딘가, 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Gatheral, J. (2006). The Volatility Surface: A Practitioner’s Guide. Wiley. ↩︎

  2. Gatheral, J. & Jacquier, A. (2014). Arbitrage-free SVI Volatility Surfaces. Quantitative Finance, 14(1), pp. 59–71. arXiv:1204.0646 ↩︎

  3. Hendriks, S. & Martini, C. (2017). The Extended SSVI Volatility Surface. Working paper, May 20, 2017. SSRN:2971502, DOI: 10.2139/ssrn.2971502. 만기별 $\rho(T)$ 를 허용하면서, 인접 슬라이스 사이 calendar-spread arbitrage 부재의 필요충분조건을 명시적으로 유도. ↩︎

  4. Martini, C. & Mingone, A. (2021). No arbitrage SVI. arXiv:2005.03340. SVI 파라미터의 rescaling 과 Durrleman 조건 분석을 통해 한 슬라이스 SVI 의 butterfly-arbitrage-free 영역을 단순한 부등식들로 특성화하고, 그 위에서 동작하는 LSQ 캘리브레이션 알고리즘을 제시. ↩︎

  5. r/options — Bank options trader AMA ↩︎

  6. Vola Dynamics — Timothy Klassen team page ↩︎

  7. Klassen, T. (2020). The Swiss Army Knife of Option Analytics. Wilmott Magazine. PDF ↩︎

  8. r/quant — Flow Options Pricing 스레드 의 u/SpursStocks 코멘트. ↩︎

  9. A-Team Insight — Broadridge 의 Itiviti 인수 ($2.5B, 2021) ↩︎

  10. algos.org — Professional Options Market Mak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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